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본업인 언어치료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글을 구상하고 쓰고 완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만큼
신중하게 시작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어머님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첫 번째 편
말이 늦게 트는 이유, 언어치료 시작하는 시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언어치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언어치료사로 일해 오면서 어머님들이 항상 궁금하시던 궁금증들을
블로그에 써보고 싶었거든요.
현역으로 일할 때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글 쓰는 것을 미루고 미뤘는데
그만둔 지금에서야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벌써 그만둔 지 2달이 되었네요 ㅎㅎ
아무튼 아이들 두신 많은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포스팅이 되길 바라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우리 아이, 언어치료가 필요할까요?
나의 첫아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소중하고 너무너무 예쁩니다.
첫아이인 만큼 더 신경 쓰게 되고요, 먹는 것 하나하나 성분 봐가면서 좋은 것만 먹이고 싶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들려주고 입혀주고 싶습니다.
또 엄마가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낯섭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잘 안 먹어서 걱정하고, 키가 안 커서 걱정하고,
다른 개월 수 아동들처럼 뒤집기나 기기, 서기, 걷기가 느리진 않는지 걱정합니다.
보시다시피 이때는 대근육 위주로 엄마 아빠들이 관심이 많을 겁니다.
그러다가 점차 크면서 또래 아이들은 말을 어느 정도 하는데 우리 아이는 말을 전혀 못 하는 걸 보면서
조금씩 조바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많이 궁금해하십니다.
우리 아이, 언어치료 시작해야 하나요?
보통 말이 트이는 시기를 보통 24개월~36개월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24개월이 넘어가도 말을 못 하면 정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면서 카페에 글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24개월인데도 말을 못 하면 바로 언어치료센터로 달려가야 할까요?
우리 아이, 말이 느린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우리 아이가 말이 늦는 이유는 뭘까?
원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1. 기질
기질이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타고난 특성을 말하는 데, 성격은 후천적인 주변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기질과 성격은 구분되며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긴장도가 높은 친구들이 많이 센터로 방문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센터에 처음 내방하면 아무리 재밌어 보이는 장난감이 많아도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방문 앞에서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곤 합니다. 손가락을 빨면서 장난감들을 쭉 탐색하고 치료사를 힐끗 쳐다보고 눈 마주치면 엄마 뒤로 숨습니다. 엄마와 분리도 잘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질적으로 긴장도가 높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 비해서 조금 말이 늦게 트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든지, 새로운 사람과 어울리는 데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한다든지, 낯가림이 많다든지 한다면, 그 사람들과 편히 어울리고 언어를 사용해 보는 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내뱉지 않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완벽히 할 수 있을 때 그 단어를 사용하는 거죠.
엄마들은 깜짝 놀랍니다. 갑자기 한 번도 사용 안 하던 말을 갑자기 적재적소에 내뱉으니까요!
반대 기질의 친구들은 호기심도 많고 활발하고 대담해서 새로운 것도 만져보고 경험을 해보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잘 몰라도 새로 학습한 언어를 틀리든 맞든 사용 해봅니다.
이런 친구들은 낯가림도 없으면 어디든, 누구와도 빨리 적응하고 어울림으로써 새로운 어휘를 받아들이는 데 좀 더 빠릅니다.
결국은 말을 연습해보는 기회 또한 높다 보니 말이 빨리 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질이 긴장, 불안도가 높고 소극적이라고 해서 말이 무조건 느리고 안 좋다는 게 아닙니다.
제가 위에 쓴 글이 일반화될 수도 없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기질에 따라 말이 늦게 트일 수도 있으나
중요한 건 아이의 기질을 빨리 캐치해서 받아들이고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입니다.
아이의 기질을 캐치하지 못하거나 부모의 성격이 정 반대인 경우에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재촉하거나 아이가 적응할 시간을 잘 못 기다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제로 놀이와 상호작용에서 자주 관찰이 됩니다.
엄마는 성격이 급하고 적극적인 편인데 내 아이가 반대의 경우라면 엄마는 답답함을 느끼겠습니다.
놀이 시간에 아이는 장난감을 아직 충분히 탐색하지 못했는데 엄마가 참다못해 주도적으로 놀이를 이끌게 돼 아이의 속도와 엄마의 놀이 속도가 안 맞게 되고 결국 아이는 엄마를 피해 혼자 노는 모습이 관찰되곤 합니다.
물론 주도적으로 아이가 리드하여 놀 때보다 언어를 사용할 기회도 많이 놓칠 겁니다.
기질이 언어발달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만 가져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유전적 요인/병리적 요인
보통 언어치료센터나 병원을 내원하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유전적 요인, 즉 조상이나 친척 중에 언어가 느린 사람이 있었는가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언어발달지연의 원인은 너무 다면적이고 특정 지어서 말할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도 있는 거지요. 그래서 내 아이의 언어가 느리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요인이 되겠습니다.
병리적 요인은 청각장애, 자폐스펙트럼(자폐증), 신경학적인 요인 등이 있겠습니다.
청력 문제는 내원하는 아동들 중에 빈도가 낮긴 하지만 쉽게 놓칠 수 있는 요소이니 아이가 소리에 반응이 없다면 한번 체크해보는 것도 방법이 되겠습니다.
다만 소리 크기와 관련 없이 장난감 소리에는 반응을 하나 사람 호명에 반응하기는 없다면 청력의 문제보다는 청지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재활을 통해 늘려가야 하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자폐증)은 선뜻 36개월 이전까지는 잘 캐치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 검진을 통해 내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의사의 소견을 들어볼 수 있기는 하지만 작년까지는 "36개월까지는 기다려보세요."라는 멘트를 많이 듣고 오십니다.
사실 3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언어장애라는 표현보다는 'high risk'라는 용어를 붙이고, 언어치료라고 하지 않고 '언어 촉진'이라고 부를 만큼 36개월 미만의 아동들에게 가능성을 많이 열어둡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제 동네에서만 유독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센터에 36개월 미만의 아동들이 많이 내원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의사가 영유아 검진에서 언어가 많이 느리다고 나왔으니 정밀 검진 차 가보라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36개월 미만이어도 자폐스펙트럼/자폐증 진단을 내릴 수 있고, 또 조기 치료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많이 인식되어서인 것 같습니다.
결론은 유전적, 병리적인 요인이 있다면 36개월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3. 양육자의 의사소통 태도
양육자의 의사소통 태도는 아동의 언어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내 아이의 언어가 느린데 위 1, 2번의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면
부모의 상호작용 태도는 어떤지 꼭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부모와 교감하고 태어나서 세상을 보고 듣고 하면서
부모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상호작용을 시작하니까요.
이건 중요하니 다음 편에 더 추가해서 부모의 의사소통 태도와 올바른 언어촉진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는 글을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4. 미디어 노출
요즘에는 휴대폰 기기가 발달하면서 미디어 노출이 상당히 많고 이로 인해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디어 노출이 아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발달 검사를 하러 병원을 내원할 때에도 미디어 중독은 없는지 검사가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이 많이 일종 '비디오 증후군'이라 불릴 만큼 미디어 중독이 많습니다.
우리 아이가 티브이나 스마트폰 유튜브에 집착을 보여 울고 떼쓰며 보여달라고 징징거릴 때가 있거나
아이가 다소 폭력적이고 예민하고 화가 많다거나
영상에서 나왔던 말을 혼잣말처럼 사용하거나 반향어처럼 사용할 때 꼭 점검해보길 권해드립니다.
특히 36개월 이전의 아이들은 미디어를 지속해서 보여주고 완전히 차단하여 끊고 안 보여주었을 때 한 달 정도 보면 차이가 크답니다. 한 달이 안 되어서 효과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미디어 노출은 언제부터 하는 게 맞을까요?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세 이하에서 미디어 시청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개월 경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 한 영아들이 언어발달지연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12개월 이전의 영아가 2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하면
언어발달지연의 위험이 6배 높아진다고 발표하였으며
다른 여러 연구들에서도
2세 이하에서는 텔레비전 시청과 언어발달 사이에 부정적 관계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출처: 미디어 노출이 언어발달에 미치는 영향 연구논문
결론적으로 24개월 이전에는 미디어 노출은 아이의 언어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입니다.
그 이유는 24개월 이전에 자극적인 영상에 지속하여 노출이 되면 뇌세포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실제로 언어치료센터에 내방하여 상담받으러 오신 주 양육자분들께 여쪄보면 하루에 3시간 이상 미디어를 보여준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끔 궁금해하시고 하시는 질문이 있는데,
영어로 보여주거나 교육적인 영상은 좋지 않은가에 대해서 여쭈어 보시곤 합니다.
발달이 느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사회적 기술(화용 기술)이 미숙한 아이들에게 미디어란
교육이 아닌 자극적인 영상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시각이라는 감각자극에 매우 반응도가 높기 때문에 미디어를 보는 동안은 사람과 아예 차단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너..."
영유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상호작용입니다..
상호작용이라는 건 화자가 있으면 청자가 있고 일 방향이 아닌 쌍방향입니다.
하지만 미디어는 일 방향일 뿐입니다.
태어나서는 엄마 아빠와 상호작용을 가장 많이 하고 걷기 시작하는 시기부터는
문화센터나 놀이터에 가면서부터 또래를 접하기 시작합니다.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는 또래와 상호작용하면서 그들만이 쓰는 언어를 습득하고 사용 말이 터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미디어 노출은 끊고 놀이터, 문화센터, 키즈카페로 가는 게 훨씬 도움이 되겠지요.
지금 미디어 노출이 많은 아이라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끊어주세요.
지금 필요한 건 엄마의 용기.
쓰다 보니까 글이 엄청 길어졌어요.
아무래도 전문적인 글이다 보니 신중해지고
시간 투자가 엄청나네요.
오늘은
우리 아이, 언어치료가 필요한가.
첫 번째 편-
말이 늦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부모의 의사소통 태도와
언어치료가 필요한 시기에 대해서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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