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을 끄적여보려고 하는데요.
10월 21일은 결혼하고 나의 첫 생일이자,
첫 타지에서 보내는 생일이자,
우리 집이 아닌 시어머님 집에서 보내는 날이었어요.
어머님이랑 남편이랑 나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함께 뉴질랜드로 왔는데요.
호텔에서 격리하면서 삼시 세끼 어머님과 같이 먹었는데 그 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죠.
어느 날, 여느 날처럼 식사하고 얘기하다가 정적이 흐를 때쯤
남편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격리 끝나고 2주 뒤에 엘리스 생일이네."라고 하였어요.
아니 무슨 미션을 주는 것도 아니고
캘린더 알람인 마냥
어머님께 말씀드리는 것은 무엇인지...
당황스러웠어요.
전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거든요.
20대 중반을 흘러서는 일하면서
내 생일에도 일을 했으니까 생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흘러가는 날이 많았어요.
친구들과 소소하게 밥만 먹거나 생일 당일엔
일 늦게 끝나고 와서 가족과 케이크 부는 게
다였으니까 생일에 의미를 두진 않아요.
더군다나 어머님 집에 잠시 머무르는 건데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분명 그냥 넘어가기엔 어머님 마음에 걸릴 테니까.
근데 남편은 나름 결혼하고 첫 부인 생일이니까 빅 이벤트였나 봐요.
그리고 드디어 내 생일이 왔는데 어머님이
그 전날 저녁부터 식당에서나 볼 법한 큰 냄비에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하셨어요.
소고기도 왕창 넣으셔서 반나절 끓이셨는데
다음날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어머님이 차려주신 생일 상
어머님은 일하시는데 아침 출근인데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내 생일상을 차리셨어요.
위에 올라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는데
참 그게 맘 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어요.
도와드리는 것도 원치 않으실 것 같아서
위로 올라왔건만 좌불안석이 따로 없었죠.
다 됐을 것 같았을 즈음에 내려가니
한 상이 차려져있었어요.
남은 밥이 있는데도 따뜻한 새 밥을 지어주셨어요.
부추전이 특히나 맛있었는데 난 어머님처럼은
못 굽겠어요.. 왜 같은 반죽으로 굽는데
다른 맛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여하튼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비웠어요.
밥 먹이시고 급히 출근하셨는데 지각하셨어요.
일상으로 돌아가 나는 블로그랑 집안일과 볼 일을 보고
남편, 시동생, 어머님도 각자 열심히 일한 후
저녁이 되어 북쪽에 위치한 한식당에 갔어요.
여기도 미리 나 몰래 예약한 곳이었어요.
남편은 나 몰래 1시간 반을 운전해서 선물 사오고 케이크 사느라 피곤하고
어머님은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밥하시고 일도 바빠서 차 안에서 멀미 중...
시동생은 일도 하고 나랑 어머님 도와준다고 하루종일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운전을 또 40분 동안 하고 있고.
멀쩡한 사람은 나 하나뿐인데
내 생일 때문에 셋이 고생 중이었어요.
40분 운전해서 간 식당에서 20분 만에 흡입하고
40분 운전해서 돌아왔어요. ㅋㅋㅋㅋㅋㅋ
맛있긴 했는데 한 번 간 걸로 만족해야지
너무 멀어요..
아이폰이 못하는 게 아직 있구나...
흔들림 방지, 먼 풍경을 선명하게 찍기가 아직...
사진 예쁘게 찍고 싶어서 아이폰 프로 11을
골랐고만, 눈에만 담은 스카이타워.
데본 포트 갔을 때 바라본 스카이타워가
멋있었는데 그땐 낮이었죠.
밤이 되니 훨씬 멋있구나... 너....
이 야경이 마치 내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았어요.
힐링이 되는구나, 땡큐.
오클랜드에서 유명한 치즈케이크라고 해요.
The cheese cake shop 이라는 곳인데
남편이 미리 예약을 해놨었대요.
전 치즈케이크인 줄 알았더니 티라미수를 시켰어요.
내가 남편과 연애할 때 가장 많이 먹은 게
티라미수 케이크예요.
나의 최애 케이크인데 장거리 연애할 때
내 생일날 한국에서 유명한
티라미수 케이크 가게 찾아서 직접 주문하고
택배로 선물해 준 적이 있어요.
요즘에 티라미수 케이크를 굳이 찾아먹진 않아서
내가 무슨 케이크를 좋아하는지도 잊고 살았는데
이런 거 볼 때마다 참 섬세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돼요.
연애 때가 또 생각이 나네요..☺️
남편이 사온 선물은
들어올 때 현관에서 나한테 딱 걸려서 알았는데
시동생과 어머님이 선물을 따로 챙겨주실 줄은
몰랐어요. 예상치 못한 선물.
케이크 불고 나니 선물 증정식 순서가 왔어요.
차례대로 남편, 시동생, 어머님 선물이예요.
어머님은 삼 종 세트로 선물을 주셨어요.
생일 선물은 록시땅 브랜드예요.
바디스크럼과 바디오일이 있었어요.
두 가지가 들어가 있는데 써보니 매끌매끌 좋더라고요.
직접 몰에 가서 선물을 사주셨다고 하니까
감동이였죠. 이제 생각하니까 오후에 분명
운동하러 가신다고 운동복까지 챙겨가셨는데
안 가셨다 해서 왜 안 가셨지? 의아했었더니만
선물 사러 몰에 가신 거였어요.
감동...
도련님 선물은 여자친구분이랑 골랐다고 해요.
진짜 선물 안 줘도 되는데...
내년부터는 절대 주지 말라 했어요.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저도 생일선물을 챙겼더라고요.
챙기고 싶은 건 같은 마음인거구나.ㅋㅋㅋㅋ
내가 향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여기서 유명하다고
하는 디퓨저&캔들 브랜드에서
디퓨저랑 캔들을 사 왔어요.
마침 몰에 가서 구경할 때 봤는데
가격을 알아버렸네... 이 작은 게 그렇게 비싸요.
향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향을
골라왔어요. 도련님 여자친구는 저번에도
결혼 선물로 티컵 세트를 사줬는데, 이번에도
같이 샀다고 하니까 꼭 만나면 내가 산 선물이랑
맛있는 밥을 사줘야겠어요.
남편이 사준 선물.
한국에서 어머님이 결혼 선물로 사주신
면세점 디올 가방이
비행기를 타자마자 손잡이 부분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환불하기로 했는데
저번에 오클랜드 시내에 나간 김에
디올 매장에 가서 내가 산 백이 있는지
보러 갔거든요. 환불하고 나면 다시 사야 하니까.
그때 점원이 내가 샀던 백을 보여주면서
손잡이에 스카프를 싸서 디자인한 것도
보여주었어요. 스카프 하나 둘렀을 뿐인데
가방이 달라 보이고 더 독특해 보이면서
시그니처인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살까 혹했지만
난 이제 싱글이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접었죠.
저 천 쪼가리 하나가 참 비싸요.
남편이 그걸 기억했나 봐요.
퇴근하고 시내까지 가서 부랴부랴 사 오고
케이크까지 사 오느라 피곤함을 다 지고 왔어요.
운전을 한 시간 반 이상을 했을 텐데 내색 전혀
안 하는 남편. 기특하군.
찐으로 행복한 미소를 보이는 엘리스.
촛불 불기 전에 어머님, 남편, 시동생 얼굴을
보니 당장 이불로 들어가서 자야 하는 얼굴이였죠.
저 촛불도 없어서 시동생이 급히 나가서 사 왔어요.
가지 말라고 소리쳤는데 가더라고요.
행복하긴 했는데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이
더 컸어요.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다들 고생해서
어쩌나. 오늘 새벽에 남편과 시동생 눈이
부어서 출근하는데 맘이 그야 말대로 맴찢...
내가 결혼하고 첫 생일이고,
어머님 집에 있고,
한국이 아닌 타지에 남편 따라왔으니
다들 애써서 챙겨준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참 예쁘고 감사해요.
가족이 하나 더 생기니까
생일 축하를 두 배로 받는 것 같아요.
그야 말대로 풍성한 생일을 보냈어요.
우리 친정 식구들인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긴 하다만
그래도 감사했던 하루.
그렇게 결혼하고 타지에서 보내는 나의 첫 생일은
이렇게 흘렀어요.
나의 뉴질랜드 일상 중 첫 생일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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